영화 ‘레버넌트: 죽음에서 돌아온 자’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따라다녔다.
아들을 잃고 상처 입은 몸으로 겨울 설원을 건너는 휴 글래스처럼,
나도 그 상황에서 살아남으려 할 수 있었을까.
해보기도 전에 겁먹고 포기할 때가 있는 나는,
그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조금 닮고 싶어졌다
영화 ‘레버넌트: 죽음에서 돌아온 자’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따라다녔다.
아들을 잃고 상처 입은 몸으로 겨울 설원을 건너는 휴 글래스처럼,
나도 그 상황에서 살아남으려 할 수 있었을까.
해보기도 전에 겁먹고 포기할 때가 있는 나는, 그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조금 닮고 싶어졌다.
눈은 아름다웠지만, 이 영화 속 설원은 조금도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았다.
한 걸음 옮기는 일도 버거운 추위와 굶주림.
몸은 이미 망가졌고, 곁에 있던 아들마저 눈앞에서 잃는다.
그런데도 휴 글래스는 다시 움직인다.
저 상태로 어떻게 또 몸을 일으킬까.
나는 그 상황이라면 살아남으려고 했을까.
아니면 어느 순간, 이제 됐다고 놓아버렸을까.

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싸움이 되는 순간
2015년 공개된 ‘레버넌트’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.
1823년 미국의 황야를 배경으로,
사냥꾼 휴 글래스가 곰의 습격으로 크게 다친 뒤
동료에게 버려지고 홀로 살아남는 과정을 따라간다.
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지만,
모든 장면을 역사적 사실 그대로 옮긴 기록물은 아니다.
그래서 나는 사실과 허구를 따지는 마음보다는,
한 사람의 몸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보게 됐다.
영화 속 생존은 멋진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.
기어서라도 조금 더 움직이고,
얼어붙은 손으로 불씨를 살리고,
또 한 번 숨을 쉬는 일에 가깝다.
인간다운 품위까지 챙길 여유는 없다.
그저 살아 있는 몸이 본능적으로 다음 순간을 향해 간다.
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.
영화는 촬영상과 감독상까지 모두 세 부문의 오스카를 수상했다.
대사가 많지 않은데도 아픔과 공포가 그대로 전해지는 이유는,
그의 얼굴보다 몸 전체가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.

아들을 잃고도 다시 몸을 일으킨다는 것
휴 글래스를 움직이게 한 힘을 단순히 ‘복수심’ 하나로만 말하기는 어려웠다.
영화에서 그의 어린 아들 호크는,
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 앞에서 피츠제럴드에게 살해된다.
글래스에게 살아남는 일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사랑, 분노가 모두 엉킨 일이었을 것이다.
나는 이 대목에서 자꾸 멈칫했다.
아들을 잃은 뒤에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을까.
그 사람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그 추위와 고통을 버틸 수 있었을까.
아무리 상상해봐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.
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에 주저앉았을 것 같다.
그래서 그의 생존이 더 대단하다기보다, 조금 무섭고 처절하게 다가왔다.

나라면 그 설원에서 무엇을 했을까
레버넌트의 겨울은 사람을 한없이 작게 만든다.
끝이 보이지 않는 눈밭과 숲, 차가운 강물 앞에서
인간의 의지는 대단한 말이 아니라
아주 작은 동작이 된다.
지금 당장 숨을 한 번 더 쉬는 것.
손을 뻗어 몸을 조금 옮기는 것.
오늘 밤을 넘기기 위해 불을 피우는 것.
나는 아마 많이 울고, 겁을 먹고,
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.
그 생각을 하니 오히려 ‘강한 사람만 살아남는다’는 말과는 조금 멀어졌다.
두려움이 없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,
두려운 채로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이어가는 것.
이 영화가 보여준 생존은 그런 모습이었다.
감독 이냐리투도 이 작품에서 생존과 가족,
신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.
설명하는 대사보다 이미지와 몸을 통해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는
그의 말을 알고 나니,
왜 설원 위 글래스의 움직임이 그렇게 오래 남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.

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남은 잔여감정
잔여감정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.
영화가 끝났는데도 마음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.
인간의 생존력이 대단하다는 감탄만 남은 것도 아니고,
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도 아니다.
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했을까 싶은 마음과,
그런데도 어떻게든 살아냈다는 마음이 함께 남았다.
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한 번도 무너지지 않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.
다 무너진 뒤에도 지금 내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찾아내는 것.
그게 숨 한 번일 수도 있고,
손을 조금 더 뻗는 일일 수도 있다.
그를 끝까지 움직이게 한 게 복수심이든,
아들을 잃은 슬픔이든,
결국 내게 오래 남은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.
나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,
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때가 있다.
휴 글래스처럼 극한의 상황을 견디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
다만 아직 해보지도 않은 일을 미리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은 조금 닮고 싶어졌다.
내가 휴 글래스와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.
그래서 이 영화가 더 오래 남는다.
쉽게 ‘나도 할 수 있다’고 말하게 하지 않고,
정말 그럴 수 있겠느냐고 조용히 되묻게 된다.
처절한 영화의 장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.
맘 아파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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